김소월 시인의 장엄한 가곡 ‘진달래꽃’은 한국 시사에서 아이러니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.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이 시의 1절은 “나 보기 역겹다/ 떠나면/ 조용히 보내줄게”이다. 바로 읽으면 “나 자신이 싫어, 저리가.” 그런데 “영변 약산/진달래/예쁜 꽃을 따서 길에 뿌린다”로 이어지는 2절로 넘어가면 “아, 이게 뭐야?”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.
좁은 길에 붉은 진달래를 흩뿌리시겠습니까?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게 만듭니다. 그리고 3연에서 “제발 이 꽃을 밟고 떠나세요”라고 말했고, 4연에서는 “죽어도 울지 않겠다”고 애절한 신음을 터뜨렸다.” 독자들은 한 방울의 눈물을 기억하고 ‘조용히 너를 보내리라’라는 첫 구절이 실은 ‘죽어도 못 보내겠다’는 피투성이의 슬픔의 아이러니임을 순식간에 깨닫는다. 그것은 시적인 아이러니입니다.
어려운 은유나 상징에 비해 아이러니는 문맥을 잘 따라가도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표현 방식이다. ‘사랑하고 떠나라/못된 사람’ 가사만 봐도 ‘더러운’이 정말 밉다는 걸 누가 이해하겠는가. 최근 김영환 충청북도지사는 이런 아이러니를 써서 친일파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. 문제는 그가 페이스북에 “오늘은 친일파가 되고 싶다”는 글과 함께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안을 ‘중대결단’으로 지지하는 글을 올렸을 때 발생했다.
야당은 이 보상안을 ‘굴욕 외교’로 분류한다. 노골적인 ‘친일 프레임’을 주고 ‘계묘국치’라거나 ’이완용 울고 가겠다’고 한다. 김 지사가 아이러니하게도 억울함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분명하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야당과 시민단체는 거리 곳곳에 ‘친일적 헛소리’ 현수막을 내걸고 즉각 시위를 조직했고, 지방공무원까지 나서서 김 지사의 시군 순방이 성추행이라며 반발했다. 취소 된. 날이갈수록 정치권이 탄탄해진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아사리판인지 알고싶다.
2023.03.16(목) / 한국일보 / 장인철 논설위원